감정의 홍수와 대화의 거친 시작

경수씨와 서희씨는 상담실에 들어올때부터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상담을 시작한 지 몇 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부부였어요.  경수씨는 앉자마자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이제 상담사가 필요없어요.  우린 이혼 중재자가 필요해요.  전 이제 싸우는 것에 지쳤어요.  이 사람의 끊임없는 트집과 부정적인 태도들이 이젠 감당이 안됩니다!”  서희씨의 얼굴은 붉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난 무서워요.  이 사람이 무서워요.  내 생각을 제대로 말 할 수도 없어요.”  대화는 거칠어지고 욕도 오고갑니다.  


기철씨는 실망에 가득찬 얼굴을 하고 상담실 소파에 앉습니다.  어깨도 축 늘어졌구요.  그리고는 긴장된 목소리로 “이젠 기다리는 것에 지쳐간다”고  말합니다.  외롭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을 더 이상은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제니씨는 놀랍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전, 우리가점점 좋아지고 있고 나은 관계를 향해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라고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에 압박감을 느끼고 부담스러워요.  나에게 지금 당장 우리 사이를 결정하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저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합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본인의 입장들을 얘기합니다.  분위기는 점점  ‘그럼 여기에서 그만두자’라는 방향으로 흐르는 듯 합니다.

저는 지금 이 이야기들을 쓰면서 손에서 땀이 나고 어깨가 무거워지고 제 몸 안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저 부부들의 격양된 감정들과 절망스러운 몸짓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지나고 있던 이 부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부부 사이에서 마찰이나 갈등이 생기면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런 감정들은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지요.  우리의 심장은 빨리 뛰고, 몸이 더워지고,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엄청나게 분비되고...  이럴때는 누구라도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다툼을 한다면, 아무리 평소에 차분한 사람이라도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결국엔 나중에 후회할 말들을 마구 쏟아내게 되지요.

이럴때에 우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타임 아웃’을 갖는겁니다.  한창 싸움이 진행되는 중에 타임 아웃을 요청하는것이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겉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보다는 일단 대화를 멈추는 것이 현명합니다. 

타임 아웃을 할 때는 첫째로 둘 중에 감정이 좀 더 안정된 사람이 타임 아웃을 요청합니다.  둘째는 언제 다시 만나서 대화를 계속 진행할 지 정합니다 (최소한 30분에서 한시간).  셋째는 서로 각자의 장소에서 감정을 추스립니다.  이 때에, 절대로 두 분의 대화 내용을 생각하지 마세요.  더 기분이 나빠질 수 있어요.  각자 명상을 하거나 티비를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본인의 감정이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들을 하세요.  넷째로 부부가 다시 만나서 위의 제목, ‘거친 대화의 시작,’의 반대인 부드러운 대화로 다시 시작하세요.

부드러운 대화는 ‘당신이’라는 말을 절대로 쓰지 않고 본인의 감정과 생각과 필요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특히 부부가 민감한 내용의 대화를 할 때에, ‘당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바로 방어 자세를 취합니다.  상대방이 나를 공격한다고 인지가되면 나는 즉시 나를 보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대화는 지난번에 제가 잠시 말했던 불평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첫째로 본인의 감정을 얘기합니다.  둘째로는 본인의 관점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비판이나 평가 없이 말합니다.  셋째는 본인이 상대로부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합니다. 

기철씨와 제니씨의 부드러운 대화를 예를 들어보면요, 기철씨는 1) “나는 우리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겁이나.  그러면 절망스러워져.  그리고 우리의 우정이 넘쳤던 시간들이 그리워.  난 너무 외로워.”  2) “우리가 방향없이, 목표없이 그저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기다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 3) “우리가 목표와 날짜를 정해서 그 때까지 계속 노력을 하고, 그 때에 가서 우리가 어떻게 할 지 정할 수 있으면 좋겠어.”  제니씨는 “당신이 외롭다고 말하는 게 나를 슬프게 해.” 라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상담실에서는 30분에서 한시간 정도의 타임 아웃을 할 시간이 없기에, 저는 부부들과 심호흡을 하고 어깨 근육도 풀어준 후에 부드러운 대화를 하도록 돕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대부분의 부부들은 부드러운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더 알고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의 감정과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죠.  이야기를 하다가 화가 올라오는 것이 감지되면 상대방에게 바로 알려주세요, ‘내 감정이 안 좋아지려 하는데, 우리 30분 후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계속 하면 안될까?  나는 당신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 지 정말 알고 싶어.  당신이 나에겐 소중한 사람인데, 당신을 아프게하고 싶지 않거든.’ 이라고 말하면서요.  그 후에 부드럽게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방도 좀 더 부드러운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이 부담스러웠던 문제를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알게되는 기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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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부들의 비밀 무기